최근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업이 3곳있습니다. 하나는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입니다. 조만호 회장은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업가치 3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키워놨습니다.
두번째는 이름도 생소한 대명화학이라는 회사입니다. '은둔의 경영자' 권오일이라는 회장이 이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대명화학은 한국의 LVMH라는 별명답게 여러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패션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 패션계는 F&F의 김창수 회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F&F는 MLB와 디스커버리 등 패션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기업가치 5조원의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셋 중 유일하게 패션 브랜드 회사라는 게 특징입니다.
F&F의 성공을 김창수 회장을 빼놓고 설명할 순 없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는 김창수 회장의 사업적인 성공을 다뤘으니 이번 글에서는 다소 개인적인 측면을 다뤄볼까합니다. 김창수 회장은 1961년 4월18일 서울에서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주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김 회장은 어려서부터 패션에 유달리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국민학교 6학년부터 자신의 옷을 직접 고를 만큼 예민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성격은 아직도 남아서 나이에 맞지않게 굉장히 트렌디하게 입고 다닌다고 하네요.
김창수는 아버지 밑에서 일찌감치 사업을 배웠습니다. 아트박스 이사와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1990년대부터 패션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F&F는 패션과 퓨처의 앞 글자를 따와 지었습니다. 1988년 전두환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해외 상품이 한국에 물밑듯이 소개될 무렵이었죠. 김 회장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인 시슬리와 베네통 등을 들여와 성공을 거둡니다. 감각적인 광고가 한 몫 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성공을 거둔 시슬리와 베네통 사업을 모두 중단합니다. 그리고 MLB의 판권을 사들여 패션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하죠. 한국 최초의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코닥어패럴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션업계에서 김창수 회장이 이끄는 F&F는 악명이 높습니다. 그의 경영 스타일 때문인데요. 회사의 모든 일을 본인이 콘트롤하려 하는 치밀한 성격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MLB의 디자인 팀장이 김 회장 본인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죠. 아직 디자인과 유통 모두 김 회장이 직접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한 그립은 명과 암이 있습니다. 우선 회장이 뛰어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 실행력이 뒷받침 돼 회사를 역동적으로 끌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있는데요. 이런 경영 스타일은 회사 규모가 아주 작았을 때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기업가치가 5조원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을 때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F&F에는 사업 부문별 대표가 없을 정도로 김 회장의 영향력이 큽니다. F&F 직원의 회전율도 다른 기업에 비해 높습니다. 강한 그립으로 직원들 푸시하면서죠.
김 회장은 '비저너리'(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 한 경영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이런 그의 성향이 잘 나타나는데요. 지난해 포춘 매거진에서도 전 부서를 '디지털포메이션화'했다면 그 배경을 설명합니다. 김 회장은 2018년 평창 롱패딩 열풍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롱패딩'이 인터넷 검색순위에 오르면서 날개돋히듯 팔려나가자,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건 SNS와 온라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전 부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사무실에서는 일체 핸드폰도 쓰지 않고 메신저로만 연락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유통과 상품 생산도 물론 디지털화했습니다.
김창수 회장은 철학적인 질문을 직원들에게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유행의 끝자락을 좇으려 하지 말고 '이 옷을 왜 만드는지를 질문하라'는 건데요. 패션 브랜드 디스커버리 매출이 하락할 때에도 직원들에게 "단순히 유행을 좇으려 하지말고 왜 아웃도어를 만드는지 생각해보라"고 주문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창수 회장이 이끄는 F&F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10여년 연속 꾸준히 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면서 과연 지속가능할까 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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