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놈이 살아남는 게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쎈놈이다.' 영화 짝패에서 나온 명대사입니다. 가끔은 이 대사가 맞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부도에 처하고 망했을까요? 대우그룹처럼 당대를 호령하던 기업들이 위기를 맞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재미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름도 영원무역입니다. 이름부터가 재미없습니다. 스페이스X정도는 되어야 멋이 나는데 말이죠. 이 기업은 재미는 없지만 50년 동안 단 한 번 적자를 내지않고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원무역은 OEM 부문 매출이 가장 크지만, 아마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노스페이스 영원아웃도어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영원무역은 성기학 회장이 1970년대 세운 회사입니다. 성 회장은 당시 서울통상이라는 제조업에서 일하다가 나와 회사를 차립니다. 당시 섬유산업이 인기였죠. 서울대를 나온 그는 금융업이자 관직에 나갈 수 있었음에도 회사를 차립니다. 성 회장의 말로는 "재미가 없었다"고 합니다.
성 회장의 나이는 올해 78세. 아직 목소리에 힘이 살아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50년 경영의 관록이 묻어나왔습니다. 그와는 영원무역 본사에서 만났는데, 내실을 중시하는 회사답게 사옥이 아주 좁고 낡았습니다. 투자의 귀재 피터린치는 회사를 탐방할 때 본사 사옥이 낡아 무너지려고 하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하죠.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실을 중요하는 회사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영원무역도 그렇습니다. 성 회장의 투자 철학은 워렌버핏과도 매우 닮아있었습니다. 성 회장은 "내가 모르는 일에 손 댈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한에서 잘 투자를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절제하는 게 참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여러 투자기회가 왔다고 합니다. 그 중 노스페이스라든가 여러 기업들이 있었으나 그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리한 인수로 인해 본업이 망가지는 일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리스크를 감내한 투자가 성공하면 금세 영웅으로 치켜세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역적이 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일궈놓은 것들을 한순간에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 창업자를 만나보면서 느끼는 게 각각 다릅니다. 아마 섬유산업이라는 업종의 특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50여년 경영하면서 각종 경제위기를 겪어보고 또 경기순환을 경험하면서 얻은 지혜이겠죠.
이번 경제위기에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성 회장은 이럴 때야 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했습니다. 그는 해외 공장에 투자하고 인재를 적극 채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가올 다음 기회를 위해서죠. 조급해하지말고 무리하지말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야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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