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의 김창수 회장은 패션업계에서 '갓창수'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지난해부터 패션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기만 하면 모두 김창수와 그의 브랜드 MLB 얘기를 꺼냅니다. '어떤 패션기업이 잘하는 거 같아요?'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F&F와 대명화학을 얘기하는데, 이 중 대명화학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쓰겠습니다.
이 가운데 F&F의 이야기를 먼저 하도록 하죠. 김창수는 '라이선스 브랜드'라는 개념을 처음 한국에 소개해 성공시킨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김창수 회장은 원래 시슬리나 베네통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하는 1세대 '브랜드 헌터'였습니다. 여러 패션 브랜드를 들여와 감각적인 광고를 녹여내 성공시킵니다.
그러나 김창수 회장은 이것이 성에 안찼나봅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전략을 확 바꾸죠. MLB라는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의 상표를 가져와 모자와 의류 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라이선스 브랜드'의 시초라고 불립니다. 베네통 시슬리 등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는 일은 그만두고 '라이선스 사업'에 열중하게 됩니다.
김창수의 MLB는 꽤 오랬동안 안정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다 2020년쯤에는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립니다. 중국인들은 면세점에서 MLB모자를 선물용으로 사가곤 했는데, 이게 중국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크게 성장합니다. F&F는 런닝맨과 같은 중국에서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지죠.
2021~2022년 F&F와 김창수 회장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미중 갈등이 일어나면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회사들의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F&F는 중국 내 매장 수를 무서운 속도로 확장합니다. 지난 1월에 500개 매장이 11월 현재 779개로 60%가까이 늘었다면 믿어지시나요? F&F는 매장 수를 올해 말까지 900개까지 확장한다고 합니다.
MLB 제품이 현재 중국에서 나이키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도 참으로 놀랍습니다. MLB 신발은 800~999위안(약 15만~19만원), 경쟁 브랜드인 ‘나이키 에어포스’는 749위안(14만원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물론 해외 상표권을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한마디로 운도 따랐습니다. 중국 내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출이 줄어든 부분을 F&F의 MLB가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들어갑니다. F&F의 매출 증가 속도는 지난 10년 동안 유래가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F&F는 지난 10년간 중국 패션 시장에서 어느 업체도 시현하지 못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MLB의 향후 5년간 중국 내 연평균 성장률(CAGR)은 30%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F&F가 예상하는 올해 중국 내 MLB 판매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예상대로 되면 국내 패션업계에서 중국 시장 1조원 브랜드를 배출한 최초의 기업이 됩니다. 중국 이외에 홍콩·마카오·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올해 판매 전망치는 1070억원 수준입니다.
김창수 회장은 '라이선스 사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했습니다. 현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닥, CNN까지 여러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즐비하지만, MLB가 이들의 원조격입니다. 몇몇 패션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F&F의 김창수라는 거인이 입방아에 오르내립니다. 패션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는 APR의 김병훈 대표는 인터뷰를 하던 중에 "김창수 F&F 대표가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운영하는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우리가 이미 F&F를 넘어섰다"고 당차게 말하기도 했죠. 패션기업 경영인의 눈이 김창수에 쏠려있습니다.
자국의 패션 브랜드가 해외에서 유명해지는 걸 보면 괜스레 어깨가 으쓱 거립니다. 패션 브랜드는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프랑스의 샤넬과 디올, 이탈리아의 에르메스 구찌가 있는 것처럼 한국에도 대단한 패션 브랜드가 나오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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