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두 번째입니다. 카테고리 ‘사람들’에서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만난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쓸까 합니다. 신문에는 사람의 모든 이야기를 다룰 수 없어 항상 아쉬웠습니다. 당시 나눴던 대화내용과 당시 받았던 인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까합니다.
이번 초대 손님은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창립자이자 더네이쳐홀딩스의 대표 박영준입니다. 박 대표는 이런저런 이유로 두 번 정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를 보면서 ‘창립자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자신이 만든 상품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면서,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사람 말이죠.
첫 만남에서 박 대표는 딱떨어지는 슈트에 군더더기 없는 몸매. 패션회사의 대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젊어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창립 시기 얘기를 하게 됐죠.
박 대표는 원래 용산 전자상가에서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사업을 바꾸게 되죠.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F&F의 MLB와 함께 라이선스 브랜드의 시초라고 알려집니다. MLB(메이저리그베이스볼), 코닥 등 패션과 관계없는 상표를 들여와 패션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사업입니다.
김창수 F&F 회장이 MLB로 성공을 거둔 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모함
창업주들에게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이 무모함 담대함 아닐까 합니다. 월급쟁이 CEO와 가르는 가장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MBA를 나온 CEO보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에 크게 베팅해 성공을 거둡니다.
박 대표도 정확히 이 경로를 따릅니다. 그는 사업을 할 자본이 부족해서 친인척에게 모두 돈을 빌려 라이선스 사업을 합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업을 하며 살아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빌린 돈으로 가지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합니다.
여기서 창업자의 두 번째 특징이 나옵니다.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죠. 박 대표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창립한 뒤에도 몇 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케이스를 들고 다니면서 기관의 투자를 받을 때였죠. 투자자 한 명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투자를 해줄테니 몸값을 깎아달라. 박 대표는 말도 없이 케이스를 닫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합니다. ‘내 사업은 그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투자를 받은 뒤 대대적으로 출시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케이스는 홈쇼핑에서 대박을 내면서 입소문을 탑니다. 그리고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3사 백화점에 모두 입점하게 되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맘 때쯤 티셔츠를 비롯해 패딩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혀갑니다.
자신감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시중의 모 백화점에서 박 대표에게 이렇게 요구합니다. “지금 백화점 세일 기간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상품 가격도 지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합니다”. 박 대표는 단칼에 그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그냥 매장을 빼겠습니다”.
만약 백화점 직원의 말을 받아들여 땡처리하듯이 상품을 팔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소비자들은 세일가격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적정가격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상품 가격도 항상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겠죠. 지금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상당히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F&F, 코웰패션과 함께 가장 눈여겨보는 패션기업 중 하나입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최근 중국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망을 높이고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일단 홍콩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에서 사업을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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